예상대로
크롬OS (Chrome OS)가 발표되었습니다.
'Nothing but the web'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Instant Web', 'Same experience everywhere', 'Always connected', 'Always connected', 'Forever fresh', 'Amazing web apps' 이라는 여섯가지 주요 기능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넷북 OS인가? 하지만 구글은 굳이 'Chrome Notebook'이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잠깐만...
여러분의 노트북은 어떻습니까. 이런 정도의 기능은 이미 하고 계시잖습니까. 뭐가 다른가요. 'Instant Web'? 맥북 정도면 부팅 시간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고 크게 웹을 여는데 기다림이 지겹지 않습니다. 'Amazing web apps'? 이건 북마크를 아이콘화 한 것 말고 뭐 더 특별한 내용이 있나요?
게다가 여러분의 아이패드, 갤럭시 탭은 어떻습니까. 이건 부팅 시간이 더 짧으니 말할 것도 없고 App으로 치자면 접근성이 훨씬 더 뛰어날 수도 있지요.
그럼 도대체 왜 크롬OS인가. 과연 이것이 노트북의 OS일까요?
정답은 No. 그렇게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컴퓨팅의 영역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정말 멋진 개념입니다만, 100%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가 중요하긴 하지만 UI도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네트워크만 보장되면, 최저 사양만으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컴퓨팅의 일부, 그것도 제한적으로만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웹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컴퓨팅 전체로 보자면 지극히 틈새적이라는 것입니다.
넷북의 몰락을 보시죠. 이동성을 보장하면서도 노트북의 모든 것을 하고자 했지만, 결국 노트북을 대체하지는 못했습니다. 틈새적인 단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틈새에 최적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트북은 기존의 PC가 지향하는 바이며, 이것은 홈컴퓨팅의본부로서 항상 최고사양의 컴퓨팅을 지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성능도 떨어지는데다가 이동성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니 제대로 세컨더리로서의 포지셔닝이 안된 것입니다.
넷북의 대안으로 강력한 포지셔닝을 하고있는 아이패드를 보시죠. 컨텐트, 게임, 생산성과 창조성 영역에서 PC와는 사뭇 다른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PC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세컨더리 컴퓨팅 기기로 잘 포지셔닝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진 꽤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PC, 노트북, 넷북, 아이패드 등 퍼스널 단말들의 폼팩터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0/09/24 Smart Device=Personal Screen의 향방그럼 크롬 OS는 어떤가요. 'Nothing but web'이라는 말처럼, 이것은 철저히 웹 브라우저만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최초의 기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기억하기로 TechCrunch의 창립자인 마이클 알링턴이
'CrunchPad'라는 200불 이하의 웹 타블렛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조사인 Fusion Garage와의 불화로 폐기되었는데,
제조사가 직접 JooJoo라는 단말을 진행하면서 서로 법정 공방을 벌리는 추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Jolicloud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서 직접
Jolibooks라는 노트북을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JooJoo, Jolibooks. 이것들과 크롬 노트북은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웹 브라우저 기반의 노트북들이죠. 실제로 Jolicloud는 크롬OS에서 자신들의
'My Jolicloud'라는 앱을 크롬 웹 스토어(Chrome Web Store)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via
TNW)
어차피, 웹이라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장사인데, 크롬이든 독자적 단말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구글도 스스로 크롬의 서비스들이 크롬 브라우저외에서도 돌아간다고 가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들이 스스로를 실패한 넷북이라고 부르지 않고, 웹 기반의 '노트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클라우드OS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결정적인 포인트가 됩니다.
이들이 노리는 점은, 웹을 통해서도 기존의 무거운 사양을 벗어버린 컴팩트한 폼팩터로도 기존의 컴퓨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가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그 '가정'이 진실이 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우선, 웹만으로도 모든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입니다. 물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흐름만을 따지자면, 전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는 데이터의 처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이죠. 이 경험은 결국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표현되며, 이것의 성능은 곧 단말의 성능이 됩니다. 가벼운 폼팩터를 주장하지만, 그렇게 가볍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JooJoo, Jolibooks를 아이패드와 비교해봅시다. JooJoo의 공식 가격은 $499, Jolibooks는£279.99, 즉 $440. 아이패드는 $499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마이클 알링턴이 주장했던 $200이하의 웹 타블렛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아무리 웹이라도 서비스의 환경을 적정 기대수준에 맞추려면 단말의 하드웨어가 받쳐줘야 합니다. 때론 비디오 가속도 필요하고, 심지어 로컬 저장소(!)도 필요하지요.
게다가 하드웨어 확장성을 고려하자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수많은 주변기기들의 드라이버를 웹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될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Business Insider의 우려섞인 기사를 참고하시죠.
Where Chrome OS Will Fail: Hardware Support [BI]
위 기사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은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또 있습니다. 바로 단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 이벤트들에 대해 웹의 OS가 제대로 처리를 해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예들 들어, 현재의 안드로이드를 보더라도 버젼별로 터치나 가속도센서, 카메라, 자이로센서 등등 단말의 모든 이벤트를 완전히 지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뭐 향후에 어떤 규격화된 모습으로 이런 이벤트들이 수용이 되더라도, 향후에 발전될 새로운 센서들, 인터페이스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단말의 하드웨어 비용은 별로 차이가 안나는데, 어떤 놈은 웹으로만 서비스가 되고, 어떤 놈은 웹은 물론 로컬 앱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어떤게 더 낫겠습니까. 답은 이미 나옵니다. 결국 크롬OS는 자신의 이복 형제인 안드로이드 허니콤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것입니다.
그럼 왜 구글이 이런 말도 안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그건, 웹 세상만이 구글의 현 수익모델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만으로 사용자를 잡을 수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용자의 전체 이용 패턴은 클라우드 안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포착되기 쉬운 구조, 즉 광고를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입니다.
심지어는 Jolicloud가 하는 짓거리를 보시죠.
일반 웹브라우저에서도 그냥 쓸 수 있는 웹 서비스를 받자고 Jolicloud에 내 계정을 등록해야 합니다. 이런 꿍꿍이는 뻔하죠. 개인의웹 사용 이력을 추적하기 안성맞춤 아닙니까? 크롬OS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클라우드OS가 쓸데없는 짓이냐,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포지셔닝입니다. 스스로를 노트북이라 칭하며, 기존 컴퓨팅을 대체하는 비젼으로 접근한다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가 더 우세할 것이라는 얘깁니다. 클라우드 OS는 지극히 틈새적인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가벼운 몸무게만큼이나 제한도 많기 때문입니다. 강점만을 부각하고 약점은 과감히 버려야합니다. 킨들이 아이패드와 벌이는 싸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이것 저것 붙이지 말고 진짜 저가의 웹 브라우저 타블렛으로만으로 특화를 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얘깁니다. 그리고, 가전, 자동차같은 임베디드 시장을 공략해도 될 겁니다.
우려하는 바는, 구글이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전혀 새롭지도 않고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은 넷북의 후예를 마치 신기술인냥 착각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헌납하면서까지 주머니를 기꺼히 열게 될까봐 심히 걱정이 될 뿐입니다.
[게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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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Company +
Chrome OS※ 수정없이 써내려간 글이라, 표현에 문제도 있고,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기도 합니다. 양해바랍니다. (왜 항상 글을 쓰려하면 이렇게 시간이 없는지!)